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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스타데일리뉴스
  • 칼럼
  • 입력 2022.11.08 15:07

[조하영 변호사의 법률칼럼] 생명 살리는 심폐소생술(CPR), 성추행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면?

[스타데일리뉴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많은 시민들이 피해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여 피해를 줄이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도 심폐소생술 방법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 위해 대한심폐소생협회 홈페이지에 방문해 보았다.

교연 조하영 대표변호사
교연 조하영 대표변호사

이처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일부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합의금을 지급하고 선고유예를 받았다.’는 글이 게시되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이러한 게시글로 인하여, 온라인에서는 ‘괜히 고소에 휘말리느니 환자가 이성이라면 무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며, ‘성추행이라고 꼬투리를 잡아 합의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인 척하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발견된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룬 바와 같이,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자, 즉 의식·호흡·맥박이 없는 자에 대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피고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한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피해자의 성기 부분에 손을 대고 심폐소생술과 같은 방법으로 성기를 압박하는 행위를 하여 강제추행죄로 처벌을 받은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사건으로는 갈비뼈 골절 등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은 ‘갈비뼈 골절은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라고 항변하였으나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하지 않았거나 골절 상태 등에 비추어 보아 심폐소생술에 의하여 발생한 상해가 아님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 상해죄로 처벌받은 경우 등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처럼 근거 없는 인터넷 게시글의 영향으로 인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사람에 대하여 강제추행 등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2011년 7월 ‘구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추행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해경이 휴가철 해수욕장에 여성 구조대를 배치하였다는 언론 보도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오래 전부터 심폐소생술 시행 후 강제추행 시비가 발생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상적인 심폐소생술 시행 행위가 결과적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만에 하나 고소를 당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호사 선임 비용 ▲수사기관의 조사에 출석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 ▲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을 고소인으로부터 배상 받기는 쉽지 않으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길고 긴 소송 과정, 승소한 이후에는 복잡한 추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어차피 의무도 아닌데, 굳이 이처럼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코 이기적인 태도라거나 과민 반응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도 심폐소생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결론밖에 내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누구든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쪽이 될 수도, 반대로 심폐소생술을 받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이 긴급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중요한 의료 행위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심폐소생술 성추행 논란’이라는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논란이 하루빨리 불식되기를 희망한다.

▲ 남양주 법무법인 교연 조하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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