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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빈의 into The book] #2. 다가오는 여름, 내리쬐는 무더위 땡볕에서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은 없을까

도서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나웅준 저자,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 초원 위에서>의 바이올린 소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햇살 연상케 해

[스타데일리뉴스=박수빈 기자]

▲ 도서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며칠 전만 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 얇은 겉옷을 챙겨야만 했는데, 계절은 벌써 여름을 알리는 걸까. 거리의 사람들 옷차림이 얇아지고 벌써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이런 풍경은 점심시간이 되면 더욱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여름을 예고하는 강한 햇볕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도 하니 말이다. 성큼 다가온 봄이 벌써 이별을 고하는 걸까. 봄이 가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말 그대로 ‘핫써머’가 기다려지기도 한 요즘이다.

여름이 되면 여름에만 즐길 수 각종 분위기가 떠오른 곤 한다. 휴양지로 떠나 푹 쉬거나 푸른 자연을 즐길 수도 있고, 한여름 밤에 바깥에서 소소하게 지인들과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상황들인데, 이 외에도 조금은 피하고 싶은, 누군가에겐 짜증나는 상황들도 있다. 이를테면 여름마다 찾아오는 장마는 출퇴근길 꿉꿉함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제일 피하고 싶은 건 무더운 여름에 내리쬐는 땡볕이 아닐까.

▲ 출처 Unsplash

추우면 옷을 최대한 껴입기라도 하지, 무더위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에어컨을 틀고 실내에 있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 싶다. 하지만 무더위에도 어쩔 수 없이 거리를 걸어야 한다면 흐르는 땀과 땡볕을 참고 빨리 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금번 시리즈에서는 무더운 여름,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 저명한 의학자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여름은 곧 올 것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땡볕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과 함께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도서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의 나웅준 저자는 ‘이열치열’이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음악을 책을 통해 소개한다. 바로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중앙아시아의 초원 위에서>라는 곡이다. 이 곡은 맨 처음 시작되는 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시작되는데, 그 소리는 마치 내리쬐는 햇볕을 연상케 한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마주한 이 땡볕을 즐기며 견디라고 바이올린이 얘기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 몸은 땀으로 젖을지 몰라도 귀는 음악에 젖어 우리의 불쾌지수를 조금은 낮춰줄 수도 있을 거 같다. 

▲ 알렉산드르 포르피리예비치 보로딘, 출처 '나무위키'

클래식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면, 이 곡이 조금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전 시리즈에서 소개한 곡은 너무나도 유명한 바흐의 곡이기에 거리감이 좀 덜할 수 있겠지만, 이 곡은 어쩐지 좀 낯선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중앙아시아의 초원 위에서>의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은 러시아의 작곡가로, 그의 작품은 러시아 특유의 대인배스런 성향을 보이는 작곡가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의 초원 위에서>는 어떤 곡일까. 이 곡은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는 퍼포먼스에 사용될 곡이었다고 한다. 러시아 황제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들이 계획되었고 그중 하나가 그동안의 업적을 활인화해서 전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러 명의 음악가에게 행사에 사용될 음악을 의뢰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보로딘이었다.

여기서 활인화란 판토마임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판토마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활인화는 사람을 분장시켜 역사나 문학의 한 장면을 부동자세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보로딘은 활인화의 한 장면을 맡아서 음악을 작곡했는데, 결국 그 행사에서는 연주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어쩐 일에서인지 행사가 자꾸 미뤄졌고 결국 황제가 암살을 당하게 되면서 그 음악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묻히는 듯하던 이 음악은 나중에 서유럽의 연주회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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