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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1.01.19 21:00

[공소리 칼럼] ‘겨우, 서른’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비혼’이다

- 결혼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겨우, 서른' 캡처.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중국드라마 제목 ‘겨우, 서른’. 3명의 서른 살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두 명은 결혼해서 그중 한 명은 아이가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싱글이다. 처음 등장인물을 보고서 조금은 의아했다. ‘겨우 서른이라면서? 결혼한 여자가 두 명이나 있다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 주변 동갑 여자들이 절반가량 20대 안에 결혼한 걸 생각하면 무리한 설정도 아니다. 서른쯤의 여자의 포지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결혼 안 한 여자. 결혼하고 애 없는 여자. 결혼하고 애가 있는 여자로 말이다.

서른쯤 되면 미혼인 여자는 거의 비혼이 많다. 그쯤 되면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생각을 여러 차례 고민하게 되면서 비혼으로 살아가겠다고 깨닫는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20~30대 성인 1,185명을 대상으로 ‘비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흥미롭다. 20~30대 미혼남녀 1,025명에게 ‘향후 결혼을 할 계획인가’에 대한 질문의 24.8%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혼남녀 중 4분의 1이 비혼으로 살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혼기가 차는 시기인 서른 전후로는 결혼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 주변에 늘어난 결혼식, 돌잔치 등에 참석하는 날은 더욱 많은 생각을 고민하게 된다.

‘겨우 서른’을 보고 나서

“후회한 적 없으세요?”

“결혼 안 했다고 후회해? 결혼하면 후회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른 거야. 자신에게 없는 걸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평생 불행하겠지.”

- 극 중 미혼인 만니의 대사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극 중 여주인공 두 명은 결국 이혼하고 싱글이 된다. 그리고 극에 나오는 남자들 너무 한심하다. 비혼을 장려하려는(?) 연출가의 계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후회는 혼인의 여부가 아니라,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생기는 거다. 지인들의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나는 그날의 신부와 나를 비교하곤 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떨까? 그리고 나는 저만한 남편감과 시댁을 만날 수 있을까? 결혼할 수 있을 때 떠밀 듯 결혼을 강행할 걸 그랬나? 다들 집에 돌아가면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있는데, 얼마나 포근할까?

쓸데없는 비교를 하곤 했다. 그냥 오롯이 내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면 되는 것을. 나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건 너무 구김살이 많아진다.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비혼’이다. 결혼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지금 하고 싶지 않기에 비혼이다. 단순히 비혼으로 살겠다는 맹세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는 상황이 오는 건 원치 않을 뿐이다.

위에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향후 결혼을 할 계획인가’ 질문에 ‘잘 모르겠다(미정)’고 답한 응답자는 43.7%였다.

나는 ‘잘 모르겠다’에 포함되는데, 혹시나 결혼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잘 모르겠다는 거다. 확언할 수 없는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지, 지금은 비혼을 원한다.

이제는 나의 포지션을 잘 안다. ‘고작, 서른’의 주인공들처럼 나는 내 일을 하고 살고, 미래를 위한 설계도 한다. 내 위치와 상황에 대해 더는 불확실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현재 비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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