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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묵시의 자유를 외친 무용수... 25일 개봉

기사승인 2020.11.21  1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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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 뿐 아니라 모두의 감정을 털어내는 씻김굿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메인포스터(엣나인필름 제공)

[스타데일리뉴스=서문원 기자] 11월 25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배경인 조지아(혹은 그루지아)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사실 없다.

과거 흑해 연안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자치국으로 1980년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개방 정책)로 유명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오른팔이자 당시 소련 외무장관 출신의 에두아두 세바르드나제가 1992년 조지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 말고는 서방조차 잘 알고 있던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11일 폐막한 서울 국제 프라이드 영화제 기간중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상영을 앞두고 매진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하물며 영화제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전석매진이라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작품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입소문은 상당히 진행됐던 셈.

조지아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감독은 레반 아킨. 한 인물 하는 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영화 '서튼 피플'(2011)과 공포물 '서클'(2015) 등 스웨덴 영화 두편이 있다.

특히 2011년작 '서튼 피플'은 2년전 히트 코믹물 '완벽한 타인' 그리고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이탈리아)와 유사한 스토리 라인이다. '완벽한 타인'의 진짜 원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위처럼 재치가 넘치거나 점진적 압박을 통한 공포를 다룬 작품들을 만들던 레반 아킨이 내놓은 신작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기존 그의 작품과 달리 끈끈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코믹한 위트 보다는 압박. 나아가 조지아의 민족 정서가 강하게 연결된 차별과 남성성이 마구 뒤섞였다.

스웨덴 감독 레반 아킨의 부모가 조지아 이민자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 이 영화는 태어나거나 살아 본 적도 없는 고향에 대한 애증이자 향수처럼 보인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엣나인필름 제공)

묵시의 자유를 외친 무용수 메라비

조지아 국립무용단 소속 학생이자 무용수인 메라빈은 여타 무용수와 달리 왜소해 보인다. 키도 작고, 근육질도 아닌 탓에 춤선 자체가 강렬하지 못하다.

국토면적은 경남을 빼면 남한과 비슷한 크기의 조지아, 인구 400만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산악국가의 강력한 민족적 결집과 독립 투쟁사, 그리고 천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역사성을 들어, 조지아 전통춤을 선보일때 마다 보다 강한 춤사위를 보여야할 국립무용단에서 메라비는 다져진 실력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는 두가지 면에서 조금 충격을 받았다. 첫번째는 성소수자에 관한 영화라면서 소외계층과 더불어 취업이 매우 어려운 현지 사정과 여기에 굴곡 많은 현지 청년들의 방황과 애환을 다뤘다.

남성성을 강요하는 전통사회와 강한 결속을 원하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청년들의 자유, 그에 대한 갈망이 더 커보였다.

둘째 언어다. 소련 연방국가였던 조지아가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유튜브에 나온 예고편과 클립 영상을 봐도 러시아 말이 아닌 다소 낯설은 조지아 언어가 들렸다. 얼핏 들으면 터키어와 페르시아어(이란)와 유사한 발음 등이 귀에 꽂혔다. 애초 '이럴거다'라는 예상이 빗나가니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전체적 맥락을 돌이켜 보면, 주인공 메라비(레반 겔바키아니)가 소외계층이라는 점이 극이 전개될 수록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엣나인필름 제공)

가령, 학생인 메라비는 극단에서 피나는 연습이 끝나면, 초저녁부터 인근 식당 종업원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밤이 늦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그는 일터인 식당에서 손님들이 먹다 남는 음식을 포장해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외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형이 그가 사는 낡은 아파트의 가족이다. 아버지는 전직 무용수였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이혼하고 알콜중독자로 살고 있다. 어쩌다 연락이 오는 관계다. 결국 있으나 마나한 사이다.

가족들도 어린 아들이 가져다 주는 월급과 팁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그런 형편. 어머니는 외할머니로부터 재혼을 강요받지만 딱히 이렇다 할만한 미래조차 없는 중년의 여성이다.

이런 상황아래 메라비가 살고 있다. 조지아는 물론 공교육과 공공의료시스템 덕분에 학비와 의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관광과 낙농업이 주된 경제활동의 전부인 나라에서 메라비 같은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전혀 조성되어 있지 않다.

그리스정교가 국교나 다름없는 조지아는 소련체제가 붕괴된 1990년대부터 이슬람권인 체첸인들과의 내전과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 이슬람을 기반으로한 주변국과의 국경분쟁이 최근까지도 진행된 형편이다. 그러니 산업이 발달할 여유가 없다.

위처럼 국가가 처한 사정들이 청년들에게 남성성을 강조하고, 심지어 문화의 꽃이랄 수 있는 무용수들에게까지 국가전통이 강요되는 바, 종교만 그리스정교일 뿐, 사실상 민족주의 정서가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엣나인필름 제공)

이런 가운데 메라비가 서 있다. 여기에 느닷없이 외지에서 전학온 이라클리(바치 발리시빌리)는 극단 감독의 눈에 바로 들어올 정도로 선이 분명한 춤사위와 남성성이 강한 이목구비를 갖췄다. 왜소한 메라비와 비교되는건 당연한 일.

어려서부터 무용연습을 하고 함께 성장한 국립무용단 무용수 메리(아나 자바히슈빌리)는 메라비의 공개된 연인. 실제로는 연인이라기 보다 여사친(여자사람 친구), 남사친(남자사람 친구)에 가깝다. 

인상이 깊게 남은 종반부 롱테이크, 영화의 암묵적 저항과 자유를 표현해내 

느닷없이 나타난 이라클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메라비의 말썽쟁이 형인 데이빗(기오르기 체레텔리)과 술친구가 됐다. 극단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쟁 관계가 자신의 형과 술친구라는 이유로 같이 쓰는 방에 새벽이 되어 들어온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일단 여기까지가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를 안내하는 가이드다. 이후 나머지 이야기는 영화관람을 통해 알아보면 될듯 싶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메라비가 어떻게 해서 성소수자가 되는지에 대한 과정, 뒤이어 극단 선발전까지 올라간 메라비가 성소수자라는 소문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는지가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엣나인필름 제공)

여기에 종반부에 등장하는 롱테이크 씬은 감독 레반 아킨의 역량이 만개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고 관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만큼 흡입력이 강한 장면이다. 장면 하나 하나가 입체적이면서 동시에 화자가 타자에게 전할 말을 주인공 메라비가 표정과 행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113분의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스웨덴, 프랑스 합작영화다. 15세 관람가로 엣나인필름이 수입하고 배급했다. 개봉일은 11월 25일.

지난해 유럽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제10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초청작으로 영화제 기간동안 전석매진이라는 큰 관심을 받았다.

서문원 기자 news@stardail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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