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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칼럼] 김태호 PD의 실험 정신, 플랫폼의 한계를 넘다

기사승인 2020.02.09  17: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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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부터 케이블까지 협업을 통해 진화하는 <놀면 뭐하니>

   
▲ 김태호 PD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김태호 PD가 <놀면 뭐하니>로 컴백한다고 선언했을 때 MBC를 넘어 그의 아이템을 기대하며 지켜본 방송계 전문가는 한 둘이 아니었다. 김태호 PD는 MBC 내부 더 나아가 콘텐츠 산업 차원에서도 최고의 기획가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 기업과 종편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MBC에 잔류한 것만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그러므로 그가 또 다시 유재석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소식은 시청자의 기대까지 증폭시켰다.

그러나 유재석과 함께 준비한 <놀면 뭐하니>가 방송계의 기대치에 비해 초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김태호 PD 역시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한 동안 떠돌았다. 방송이 시작된 후 3개월 가까이 시청률은 3~5% 정체 상황에 머물렀다. 경쟁사인 tvN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보다 낮았고 심지어 종편 프로그램보다도 낮은 평가를 받아 ‘김태호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태호 PD는 어려운 과도기를 협업으로 정면 돌파, 방송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김태호 PD는 MBC ‘탐나는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 방송사와의 협업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서 지상파 방송이 올드 미디어로 추락한 건 아닐까라는 불안이 있었지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플랫폼은 여전히 상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과정 중에 타 방송사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며 그 배경을 소개했다.

실제로 유재석이 유산슬로 그리고 유라섹으로 활동하기까지 김태호 PD는 유재석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다양한 방송사와 직접 공유하며 MBC 차원에서는 다소 난감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유재석을 유산슬로 변모시키며 KBS <아침마당>과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시켰고 각각의 프로그램은 당일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며 유산슬과 더불어 해당 프로그램의 화제성까지 함께 확대되었다. 협업을 통해 방송사의 시너지를 창출해 낸 모범적 사례이다.

<아침마당>과 <영재발굴단>에서 <놀면 뭐하니>의 핵심자산인 유산슬 콘텐츠를 단순 공유했다면 지난주 방송된 코미디 TV의 <맛있는 녀석들>과의 협업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협업이 진행되었다. 양 방송사는 자신들의 프로그램 기본 틀을 유지하며 각 방송사의 출연진을 위주로 서로 다른 편집을 진행, 각각 다른 관점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재미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맛있는 녀석들>은 <놀면 뭐하니>와의 협업방송 편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벌어진 펭수와의 방송, 그리고 EBS <최고의 요리비결>까지 김태호 PD의 콜라보 실험은 지상파, 케이블,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진행되었다. 협업 방송을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최고의 화제를 낳았고 유재석의 EBS 프로그램 출연을 담은 MBC의 <놀면 뭐하니> 역시 2월 8일 방송에서 지금까지 가장 높은 시청률인 10.9%를 기록했다. 방송사 간 금기시된 장벽과 경계를 무너뜨리고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을 거둔 방송계 최초의 사례이다.

김태호 PD 역시 방송사 간 콜라보(Collaboration: 협업)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경영진에게 보고하기보다 일단 콜라보를 저질렀다고 언급하며 방송사 간의 협력이 여전히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방송사가 드라마와 예능에서 쌓은 킬러 콘텐츠를 다른 방송사와 공유한다는 건 실제로 업계에서는 불문율로 여겨진다. 우리가 힘들여 섭외하고 공들여 만든 콘텐츠 또는 캐릭터를 “왜 굳이 타 방송사 좋은 일에 활용하느냐”는 정서가 남아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은 과거 김태호 PD와 나영석 PD의 주도 하에 콜라보 실험을 추진하기로 기획된 적이 있었다. 두 프로그램이 함께 녹화를 진행, 1편은 토요일 방송을 통해 MBC <무한도전>의 시각에서, 2편은 일요일 방송을 통해 KBS <1박 2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면 더 차별화된 재미를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제작진은 생각했으나 양쪽 방송사 경영진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두 프로그램의 협업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당시 많은 아쉬움을 가졌으나 방송사는 시청률 직접 비교 및 편집 경쟁, 그리고 각 방송사의 핵심자산인 <무한도전>과 <1박 2일>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상대에게 절대로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협업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번 김태호 PD의 콜라보 실험이 프로그램의 화제성 및 시청률을 동시에 잡았다는 점에서 방송사들도 더 이상 장벽, 경계를 높이 세우는 방침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이다.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를 기획하고 준비할 때 ‘확장’이라는 코드를 설정하고 어떻게 해야 프로그램을 훨씬 더 높은 콘텐츠 가치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보여줄 세계관을 더 확대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결국 시청자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김태호 PD의 과감한 실험 정신은 방송계의 불문율인 플랫폼 경계마저 무너뜨렸다. 방송 혁신의 진정한 첫 걸음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권상집 칼럼니스트 risktaker@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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