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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20.01.25 17:57

[권상집 칼럼] 보이스퀸, 절반의 성공 그리고 가능성

<보이스퀸> 절반의 성공 그리고 미완의 과제

▲ MBN ‘당신이 바로 보이스퀸’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MBN의 대표 프로그램 <보이스퀸>이 정수연 지원자의 우승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5.30%이라는 높은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보이스퀸>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지닌 지원자의 등장과 국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가창력에서 부족함이 없는 지원자들의 대거 등장으로 12월 말 8.4%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최종 결승전이 진행된 10회 방송의 분당 최고 시청률 역시 12.7%까지 솟구쳤다.

정수연 지원자의 우승으로 마무리된 <보이스퀸>에 관해 박태호 제작본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2의 진행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KBS에서 ‘주부 가요 열창’을 연출한 박태호 본부장의 직접 참여로 화제가 된 <보이스퀸> 프로그램은 1회부터 최종회까지 순항을 거듭했다. 방송사의 대표 임원인 제작본부장이 연출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끈다는 점에서 MBN이 해당 프로그램의 흥행에 얼마나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지 추정할 수 있다.

<보이스퀸>은 트로트 이외 발라드, 재즈, 락,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의 참가자들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공정한 심사의 장을 열어 초기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기존 오디션의 주 참가 계층이 10대~20대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주부만을 위해 별도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방송사 입장에선 매우 큰 위험이 따를 수 있는 부분이다. 시청률 확보를 위해 젊은 참가자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은 오디션의 상식이다.

<보이스퀸> 이전에도 tvN이 8년 전 12부작으로 진행한 ‘슈퍼디바 2012’는 오직 주부를 대상으로 한 토너먼트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요소를 부각시켰음에도 0.7% 미만의 시청률을 기록,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일회성 오디션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MBN은 박태호 제작본부장이 직접 경험하고 쌓은 노하우와 무대 구성 등을 프로그램에 잘 녹여내며 ‘주부가 나오는 오디션은 2000년 이후 실패한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렸다.

귀 기울일 부분은 MBN이 단 한 번의 꿈과 희망으로 참가자들을 응원하지 않고 꾸준히 출연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점을 피력한 부분이다.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트롯>에 이어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또 다시 성공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미스트롯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출연자들을 지속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 있다. MBN 역시 이 부분을 굉장히 심사숙고하며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보이스퀸> 역시 미완의 과제를 안고 프로그램이 종료되었기에 시즌 2에서는 더 많은 고심과 고민을 담아 프로그램을 완벽히 정착시켜야 한다. <보이스퀸>은 TV조선의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무려 6주 먼저 진행되어 목요일 밤 시간대 시청자를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1월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시청률에서 두 배, 크게는 세 배 가까운 열세를 보였다. 오디션 프로세스 및 선발 방식의 참신성 등이 부족한 탓이다.

<보이스퀸>의 예선부터 본선, 결선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트롯>과 유사한 점은 시청자에게 <보이스퀸>을 모방 프로그램의 프레임에 갇히게 만들었다. 1대1 KO매치, 프로그램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강릉에서의 팀 경연, 결승 진출자 위주의 콘서트 투어 등이 미스트롯의 형식과 동일한 점은 프로그램의 한계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기존 오디션과 다른 경쟁 방식을 도입했다면 MBN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재창조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결승전 이전까지 대부분의 라운드에서 심사위원인 ‘퀸메이커’의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 시청자와의 괴리감을 지속적으로 넓힌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강릉에서의 팀 경연전이나 최종 결승전의 결과를 보면 ‘퀸메이커’로 나선 심사위원의 평가와 청중 평가는 완전히 상반되었다. 심사위원의 평가와 청중의 평가가 달랐다는 점은 대중의 눈높이와 심사위원의 잣대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점만 확인시켜줬다.

<보이스퀸>의 우승자를 발표했을 때 MC 강호동은 초대 보이스퀸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즉, 제작진은 <보이스퀸 시즌 2>가 어떤 형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시청자에게 간접적으로 알렸다. 다만, 시즌 2가 유사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방 아류작이 아닌 MBN만의 독창성이 담긴 오디션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고민과 보다 탄탄한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시즌 1은 다른 프로그램의 성공을 뒤따라간 모방적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역량이 출중한 지원자들이 다수 등장해서 시청자에게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주부들의 가창력과 꿈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보이스퀸>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절반의 성공으로 자화자찬하기보다 절반의 미완 과제를 충실히 해낸다면 시즌 2는 더 많은 조명을 시청자에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사 오디션과의 경쟁이 아닌 <보이스퀸>만의 독창성을 찾아야 할 시험대에 시즌 2는 오를 것이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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