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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9.10.09 18:02

[권상집 칼럼] 송가인 행사비 논란, 절대 비난할 수 없다

송가인 및 미스트롯 출연진의 때아닌 행사비 논란이 우스운 이유

▲ 송가인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송가인의 행사비 논란이 때아닌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유인즉, 송가인의 행사비가 너무 비싸 지역 축제 담당자들이 감당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모 스포츠 일간지의 보도로 알려진 송가인의 행사비는 현재 3,5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이다. 2018년 한국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3,634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송가인은 대략 1시간의 행사 스케줄로 대다수 국내 근로자의 1년 연봉을 손쉽게 벌어들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당 스포츠 일간지의 보도 의도는 자명하다. 송가인을 비롯한 미스트롯 출연진의 행사비가 과하다고 비난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스타급 연기자 또는 가수의 출연료, 행사비가 하루 이틀 화제가 된 것도 아닌데 지금 시점에 왜 송가인의 행사비를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드라마 업계에서는 톱스타의 회당 출연료가 1억을 돌파한지 오래이다. 또한, A급 영화배우는 한 편의 영화 출연으로 10억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비 중 최소 25%에서 최대 50%가 배우 및 연기자에게 지급되는 등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톱스타의 막대한 출연료는 고착화된지 20년이 되어간다. 논란의 차원을 아주 예전에 넘어섰다.

송가인의 행사비 3,500만원 그리고 홍자의 행사비 1,400만원이 과할 수는 있으나 엔터테인먼트를 산업 측면에서 바라볼 때 해당 가격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의해 형성되었기에 그 누구도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지역 모든 행사에서 관람객, 청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우선 순위에 따라 엔터테이너의 행사비는 결정된다. 초보적인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행사업계 논리이다. 송가인이 가장 비싼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 모든 지역 행사 담당자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필자도 수개월 전부터 수없이 들었다.

행사비가 3,000만원을 초과함에도 송가인은 올 연말까지 모든 행사 스케줄이 잡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송가인이 출연하면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가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의 대동제 섭외 0순위로 인정받고 있듯이 현재 송가인은 지역 행사에서 불변의 섭외 0순위이다. 비교적 큰 광역시 행사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지역 행사에서는 노골적으로 송가인 등 미스트롯 출연진만을 요구한다. 모 지방행사에서는 송가인이 출연한 후 3만에 육박하는 관중이 모여 역대 최고의 행사 흥행을 거두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히트곡이 2~3곡 있어도 행사 출연료 500만원 이상을 넘지 못하는 가수가 거의 90%에 가깝다는 언론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시장에서는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해당 재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아무리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재화라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가치는 저평가된다. 과거, 송가인과 홍자 등 미스트롯 출연진의 행사비가 50만원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경제 논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수의 가치 역시 오름세와 하향세 등 사이클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송가인의 오름세를 억지로 저평가하려는 보도는 강압에 불과하다.

장윤정, 남진, 홍진영 등 일반적인 트로트 가수들이 1000~1500만원의 출연료를 받지만 미스트롯 가수들은 절대 1000만원 이하에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도의 의도는 단순하다. 특히 히트곡 하나 없이 남의 노래로 행사비를 챙기는 건 과하다는 행사업계 관계자의 인터뷰 역시 적절한 비판은 아니다. 이미 트로트 행사에서는 장윤정에서 홍진영, 다시 송가인 등으로 가치의 변화가 주기 별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므로 장윤정이 1000만원인데 히트곡 하나 없는 미스트롯 출연진이 동일한 금액을 받는 게 타당하냐는 비판은 경제학과 시장의 개념을 모르는 무지한 비판이다.

10년 전, 당시 엄청난 트렌드를 몰고 왔던 아이돌 걸그룹들은 기업 행사에 출연할 경우 5000만원에 육박하는 출연료를 요구했고 2000년대 초반 서태지가 국내 음악업계에 컴백했을 때 모 기업은 서태지에게 행사 출연료로 1억을 제시했다는 풍문도 들렸다. 지나친 행사비 폭등은 이미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기본적으로 기획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전체적으로 엔터테이너에 대한 가치의 재조정 또는 자정 작용을 요구하는 방향은 이해하지만 그 타깃이 기획사가 아닌 이제 부각된 가수들에게 향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출연료보다 더욱 중요한 건 엔터테이너를 대하는 기획사의 관행적 태도이다. 송가인 등 무명 설움에서 벗어난 가수들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육성하지 않고 여전히 다른 사람의 노래를 통해 1년 내내 행사를 돌려 손쉽게 수익을 거두려는 기획사의 모습은 과거 아이돌을 소모품으로 간주한 국내 대형 기획사의 모습과 동일하다. 가수의 역량과 상품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수립하기 보다 상품가치를 소모시키는데 골몰하고 있는 기획사의 관리 방식을 비난하는 기사는 안타깝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비난을 송가인 등에게 돌리는 건 그래서 더욱 올바르지 못하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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