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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9.04.13 16:38

[권상집 칼럼] 나영석 PD의 40억 연봉이 주는 의미

나영석 PD의 40억 연봉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 나영석 PD ⓒ스타데일리뉴스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연초부터 문화콘텐츠 업계에 전해진 뉴스는 우울한 소식뿐이었다. 1월에 터진 버닝썬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사건이 점점 빠져들고 있다. 때마침 터진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하나와 박유천의 마약 투여 진실 공방은 보는 이, 듣는 이에게 불쾌감만을 주기 충분했다. 반면, 업계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화제가 된 소식이 있었는데 나영석 PD의 연봉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의 연봉은 연예계 지라시에 나도는 수준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었기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나영석 PD는 현재 CJ ENM에 소속되어 있다. 참고로 CJ ENM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연말에 퇴사한 김성수 전 대표이사이며 그가 받은 금액은 56억이다. 이 중, 연말에 퇴사하며 퇴직금으로 김성수 전 대표가 받은 12억을 제외하면 대표이사(CEO)의 대우를 나영석 PD가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더 화제였던 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그가 받은 연봉은 CJ ENM으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의 금액이며 애초에 CJ오쇼핑과 합병하기 전 받았던 CJ E&M 시절의 연봉까지 합하면 그는 지난해 40억 7600만원을 회사로부터 수령했다.

인터넷 댓글 중 일부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회사원들 평생 일해도 벌지 못할 금액을 나영석은 1년에 벌었다”며 허탈감에 빠진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나영석 PD가 이룬 업적에 대해 호평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단순한 인터넷 댓글 반응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CJ ENM에서도 그의 고액 연봉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분위기가 더 지배적이다. 심지어 나영석 PD에게는 더 많이 줘도 괜찮다는 임직원들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의 연봉이나 실적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룹의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군을 통합하여 CJ E&M을 출범시켰을 때 CJ는 문화를 산업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고 ‘문화의 산업화’를 구현할 수 있는 인재들을 집중 영입하며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때, 영입된 인물이 바로 나영석 PD와 <응답하라 시리즈>로 명성을 올린 신원호 PD 등이다. 신원호 PD 역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시청률 11%를 돌파하며 CJ의 콘텐츠 성과에 기여, 지난해 27억이 넘는 연봉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그렇다면 나영석 PD의 성과가 무엇인지 연봉 이전에 그의 공헌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영석 PD, 신원호 PD 등이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콘텐츠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을 수평적으로 운영하고 후배 구성원과 격의 없이 토론하며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확정하는 유기적 의사결정 구조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는데 있다. 과거 주철환, 송창의 PD 등이 연출진을 진두지휘하며 콘텐츠의 방향성을 이끌었다면 나영석 PD는 후배 연출진 및 스텝과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적 시스템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한 <윤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등의 메인 PD는 나영석 PD가 아닌 그의 사단으로 일컫는 후배 PD들이다.

201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집단 지성(Collective Genius)’이라는 칼럼에서 하버드대의 린다 힐 교수는 조직 내부의 다양성이 심화되고 환경이 빠르게 불확실성으로 접어들면서 리더는 포용력을 갖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안정적인 환경에서 리더 한 명이 문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맡았다면 현재는 권력과 권한을 공유하고 팀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가 조직 구성원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린다 힐 교수는 예측했다. 그녀가 말한 ‘후방 지원형 리더십’을 나영석 PD가 실천하고 인정받은 이유이다.

콘텐츠 플랫폼이 지상파에서 케이블, 종편, 유튜브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스타 PD 1명의 영향력과 지상파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렸고 이들은 변화에 나서길 머뭇거렸다. 당시 CJ E&M은 업계에서 변화와 혁신을 주장했지만 조직의 관료적 틀에 갇혀 있었던 A급 PD들을 영입했고 이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위임을 아끼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장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능 시즌제의 탄생, 장르를 불문한 PD들의 이종 영역 도전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점점 콘텐츠의 성과로 이어졌고 나영석 PD는 수평적으로 팀을 운영하며 이러한 실험 체계를 조직에 내재화시켰다.

나영석 PD는 2017년 4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후배 PD와 작가 그룹 간 치열한 논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만들고 공동의 힘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간다고 밝혔다. 후배들이 좋은 실적과 커리어를 가질 수 있다면 자신에게도 의미 있다고 강조한 나영석 PD이기에 여전히 수많은 방송 스텝들은 그와 함께 작업하길 선호한다. 40억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다른 구성원들이 질투하거나 시기하기보다 그의 보상을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데는 공동의 신뢰가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영석 PD의 연봉 중 35억은 상여금이다. 즉, 고정급인 순수 연봉은 얼마 안되고 변동급인 성과에 따른 보상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35억이 넘는 성과급은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현장에서 팀원들과 수평적으로 논의하고 토론해서 받은 결과물이다.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내 길을 쫓아오는 후배들에게 이 일의 외연을 넓혀주고 예능국장 정도가 아닌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2년 후 그가 말한 대로 나영석 PD는 후배들의 외연을 넓혀주었고 자신의 외연까지 확장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쩌면 내년 이맘때는 단순한 연봉으로 그의 위상을 설명하기 힘들지 모른다. <나영석>은 이미 연봉으로 계산할 수 없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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