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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공소리 칼럼니스트
  • 칼럼
  • 입력 2018.12.08 22:05

[공소리 칼럼] 연애 대신 선택한 욜로(YOLY)

[스타데일리뉴스=공소리 칼럼니스트] 다양한 사람을 만나 울고, 웃는 많은 연애를 해봤지만, 지금은 혼자서 지낸다. 싱글로 지낸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보내는 까닭일까? 마치 오랜 기간 혼자인 거처럼 느껴진다.

연말이 다가오니 옆구리 한편이 외롭게 느껴진다. 소개팅이라도 받아야 하나 생각이 들면, 또 현실적인 생각이 다가온다. 그렇게 소위 ‘현타’를 겪으면 연애도 결혼도 그리고 출산도 하고 싶지 않다.

최근에 친한 친구들이 결혼을 했다. 여럿이 한꺼번에 결혼을 하니, 결혼식장에서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운 좋게 결혼에 성공한 친구들이 대견해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N포를 극복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중점으로 들었는데, 답은 모르겠다. 나는 N포를 극복하기란 몹시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결혼, 출산·육아, 내 집 마련을 가까운 시기에 모두 해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재앙에 가깝게 어렵다.

제일 먼저 결혼한 친구 A는 “원래 올해에 임신 계획을 했다가 다시 내년이나 혹은 이후로 미뤘다. 더 많은 시간 둘이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혼과 내 집 마련에 성공한 A에게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더욱 확고히 하는 꿈이 더 있는 거다. 비록 경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메야하고, 몸 관리하는 데 할애하는 노력도 많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거다.

 

‘가치’느끼고 꿈을 꿔야 N포를 극복할 수 있다.

이번에 기대치보다 연봉을 낮추고 새로운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업종은 대부분 서울에 집약돼 있는데, 서울까지 출퇴근하기는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급여를 낮추더라도 가까운 인근 도시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와 꼼꼼하게 일을 가르쳐주는 대표를 만났다.

그런데 많지 않은 급여를 만나면 막상 할 수 있는 게 제약된다. 혼자서 겨우 지낼만한 수준이다 보니 새로 연애를 한다면 데이트 비용 등으로 지출이 되면 타격이 오기 쉬워보였다. 또, 돈을 더 벌려면 다른 업체 일을 가져와 시간을 더 투자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트할 시간도 없을 거 같았다.

소위 ‘돈이 있을 때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을 때 돈이 없다’는 말에 정석인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돈’에 가치를 두지 않기로 했다. 몸과 마음이 비교적 편하게 일할 수 있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균형이 잡힌 삶에 가치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나의 가치는 ‘스스로 건강하기’이다. 연애나 결혼을 바라볼만한 수준은 아닌 거다. 연애하면 더해질 감정소모전에 뛰어들만한 정신적 여유도 없고, 결혼을 생각하자니 이미 ‘현타’가 와버렸다. 열심히 돈을 벌다보면 새 차도 살 수 있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겠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의 수준이나 새로운 가족을 부양하는 의미는 다르다.

지난번 아는 기자분이 “계속 기자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좋은 곳을 소개해주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고마웠으나, 결론적으로 거절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기자일은 사양산업이어서 비전이 좋지 않았으며, 기자 일을 계속 하더라도 기성의 방식으론 절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기능을 접목시켜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에 맞는 새로운 일을 배우기로 결심이 섰다.

같이 커피 한잔 하면서 사회, 청년, 최저임금, 취업, 삼포세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그나마 기본급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누군가는 스펙이 안 돼서 취직이 힘들다고 하고, 누군가는 채용공고에 뜬 연봉이 너무 낮아서 취업이 힘들다고 말한다. 전문직이 아니어도 너도나도 각종 자격증과 인턴 경력 등 스펙이 좋아 간단한 이력서는 면접 보자는 연락도 안 온다. 또, 경력이 있어도 급여는 예전과 별 다를 바가 없거나 낮아서 쉽게 이력서를 내기 힘들다. 취직도 힘들고, 기본급여로는 저축하며 살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결혼·출산이 늦어지고, 아예 기대를 접는다.

욜로야 말로 건강한 지표.

이런 상황에서 괜히 N포세대가 욜로(YOLO, 한 번뿐인 인생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 욜로인 게 아니라 저성장, 저임금, 실업의 만연인 세상에서 현재를 즐긴다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건강하게 승화시킨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혼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9천 원으로 영화를 본다. 편의점에서 팝콘을 1200원 주고 사서 가져간다. 그걸로 충분한 여가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데이트를 한다면 극장비용은 두 배가 되고, 간식이며 식사며 커피 한잔을 추가하게 된다. 그렇게 5~6만 원은 우습게 깨진다. 정말 데이트도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 부담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현타’가 오는 거다.

데이트하는 것도 현타가 오는데, 결혼을 생각하면 더 막연하다. 서로 결혼 과정에서 많은 합의를 이뤄야 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같이 살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정신적·경제적으로 투자가 상당하다. 그 모든 부담을 짊어질 생각을 하면 혼자서 먹고, 놀고 즐기는 게 매우 현실적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결혼을 안 하든, 애를 안 낳든 상관없다. 스스로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면 그걸로 됐다. 그렇다면 얼마나 잘 사는 것인가? 반드시 내 집 마련할 필요는 없다.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사는 것이야 말로 얼마나 은은한 즐거움인가. 욜로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멋있는 여행지를 찾거나 맛있는 음식 먹거나 혹은 자신에게 선물하며 아름답게 살아간다.

‘현타’가 왔다면 그것을 승화시켜서 ‘욜로’하는 건 어떨까? 내 수준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데 노력하는 것에 ‘가치’를 느끼면 금세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번에 9900원 짜리 반지를 나에게 선물했다. 30만 원 짜리 두툼한 금반지처럼 오래 끼진 못할 거 같지만, 예쁜 디자인에 가지런한 손가락에 잘 어울린다. 내 집은 없어도, 내 방에서 잘 쉬며 지낼 수 있고, 가끔은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누군가 없어도 커피 한잔에 손을 녹일 수 있고, 영화 한편에 진지한 감상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내 일상을 건강하게 ‘욜로’로 승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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