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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권상집 칼럼니스트
  • 이슈뉴스
  • 입력 2018.09.04 20:06

[권상집 칼럼] 우리가 신정환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

트러블 메이커와 예능 제작진의 안이한 생각에 대한 대중의 경고

▲ 신정환 (코엔스타즈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권상집 칼럼니스트] JTBC의 인기 프로그램 <아는 형님>이 신정환 출연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고 있다. 방송 후 엄청난 항의와 반발을 대중으로부터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일요일 재방송 편성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신정환은 이미 지난해 모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 신고를 한 바 있으나 그때도 대중은 싸늘하게 그에게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는 형님>의 제작진이 대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그야말로 철 지난 <90년대 가수 룰라 특집>을 추진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신정환이 갖고 있는 재능이 그토록 아까웠는지 오히려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모 문화평론가는 신정환이 엄청난 중죄를 지은 건 아니라는 기고를 특정 언론에 게재했다. 도박 2차례 적발로 그 정도 활동이 정지된 상태면 이미 충분히 죄의 대가를 달게 받았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는 신정환 사태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한 그릇된 해석이다. 도박 의혹으로 물의를 빚고 복귀한 연예인들과 달리 신정환은 줄곧 그를 믿고 지지했던 팬들에게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했기 때문이다. 그가 언급한 ‘뎅기열’은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 순위 1위까지 오르는 촌극까지 유발했다. 그는 또 다른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며 대중이 용서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지난해 수많은 논란 끝에 신정환은 2017년 9월, 10부작 기획으로 Mnet의 <프로젝트 S: 악마의 재능기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복귀를 신고했다. 일부 기사가 신정환의 진심이 느껴졌다며 비난은 그만하라는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냈으나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청자를 무시하면서까지 그가 갖고 있는 악마의 재능이 그토록 귀중했는가에 대해 여전히 대중은 비판적인 스탠스를 취했기 때문이다. 물의를 빚고 셀프 디스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도 이미 철 지난 3류 코미디에 불과했다.

신정환의 복귀가 험난하고 많은 비난에 직면했다는 점을 익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그의 복귀를 강행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아는 형님>은 평소에도 꾸준히 4.5 ~ 5.0%에 육박하는 좋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아는 형님>의 기대와 달리 신정환까지 출연한 룰라 특집 편은 2.0%가 간신히 넘는 최저 시청률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제작진이 기대한 화제성 여론 조성과 달리 엄청난 비난과 비판 기사가 다양한 언론사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왔고 JTBC의 신뢰도 저하까지 거론하는 네티즌들까지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도박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일반인들은 지금도 사회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 경제인들은 언론사의 집중 포화를 받고 무참히 쓰러지며 대중의 인식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완전히 제거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능을 통해 웃음을 선보였던 이들은 자신들의 도박 파문 등을 개그 소재로 삼으며 다시 등장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개그맨, 가수, 배우 등이 숱한 논란을 겪고 자숙의 시간을 가진 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비하 또는 셀프 디스로 복귀하는 건 연예기획사와 방송사의 합작에 의한 공식처럼 굳어진 지 오래였다.

그 안에는 대중을 우습게 여긴 불편한 시선과 판단들이 존재했다. 한 차례 비방을 했어도 시간이 흐르면 시청자는 관대하게 그들을 봐줄 것이고 프로그램도 화제가 되면 시청률도 결국 올라갈 것이기에 손해 볼 것 없다는 예능 제작진들과 기획사, 연예인들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대중의 눈높이와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잣대는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예능으로 복귀한 그들에게 기꺼이 면죄부를 줄 대중은 많지 않다. 그들의 뻔뻔한 모습은 그야말로 재능이 아닌 악마의 불편한 민낯에 가깝기 때문이다.

JTBC <아는 형님> 제작진은 자기비하를 통해 희화화해서 물의에서 벗어나려는 연예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대중의 판단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학습했을 것이다. 대중은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제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지금도 예능 및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을 뒤로 하고 물의를 일으켰던 과거 연예인으로 시청률을 올리려는 제작진의 안이한 판단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트러블 메이커들의 완전한 퇴출을 원하고 있다. 신정환 대신 지금도 피땀 흘리며 재능을 키우는 흙 속에 파묻힌 보석을 발굴하는 것이 방송사의 사명임을 제작진이 깨닫기 바란다.

- 권상집 동국대 상경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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