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자명 김제니 기자
  • 이슈뉴스
  • 입력 2018.03.24 18:06

[S리뷰] 불륜 소재 코미디 ‘바람 바람 바람’, “더러운데 신선해”

▲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NEW 제공)

[스타데일리뉴스=김제니 기자]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속에서 봉수(신하균 분)는 20년간 불륜을 저지른 전설적인 인물인 석근(이성민 분)에게 “더러운데 신선해”라고 말한다. 이 영화를 관람한 후 느낀 점과 가장 흡사한 대사다.

이병헌 감독은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선에서 최고의 악은 불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소재를 이용해 만든 코미디 영화는 어딘가 불편한 웃음을 초래한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에 피식하고 웃다가도 불륜이라는 소재가 떠오를 때면 웃음이 가시곤 한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나란히 롤러코스터를 타는 봉수와 석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흥미, 재미, 쾌락을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롤러코스터에 탑승한다. 스릴 넘치는 짧은 시간을 거친 뒤 그들은 결국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와 하차하게 된다. 쾌감은 순식간에 증발하고 허무함만 가득 남는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NEW 제공)

이 영화에서 말하는 불륜 또한 롤러코스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병헌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하찮은 쾌감과 그에 따르는 허무함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의 의도는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완벽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결과만 중요한가? 결과만큼 그에 따른 과정도 중요하다. ‘바람 바람 바람’은 그저 욕망에 휩쓸려가는 이성민, 신하균 두 남자를 중심으로 불륜에 대해 풀어나간다. 모든 이성을 단숨에 사로잡는 제니(이엘 분)와 봉수의 아내 미영(송지효 분)은 충분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저 같은 욕망을 지닌 사람으로 뭉뚱그려 표현된다.

또 영화 속에서 20년간 꾸준히 불륜을 저지른 석근은 봉수에게 ”(불륜을 통해 겪는) 죄책감은 마약과 같다“는 아찔한 발언을 내뱉는다. 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한 전체적인 메시지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과정 또한 중요하다. 위험한 대사 없이도 관객들은 불륜이 나쁜 것임을, 영화 속 석근이 불륜의 아찔함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NEW 제공)

영화 속 봉수는 아내 미영과의 추억이 담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닫고, 매력적인 여성 제니와의 새로운 추억이 녹아있는 중식 전문 음식점을 개업한다. 마치 찰나의 바람이 부부의 추억을 휩쓸어간 듯한 모양새다. 

▲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컷 (NEW 제공)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 이엘 네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신선한 조합이지만 잘 어우러졌다. 이성민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귀여움까지 느끼게 하며, 신하균은 순수하고 소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 웃음을 안긴다. 송지효는 마치 제 옷을 입은 듯이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나 ‘미영’인지 ‘송지효’인지 착각하게 한다. 끝으로 이엘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존재감을 여실히 남겼다. 또 개인의 연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남매 케미, 부부 케미도 기대해봄 직하다.

한편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은 오는 4월 5일 개봉한다.

모바일에서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