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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윤석 기자
  • 방송
  • 입력 2016.10.21 08:01

[김윤석의 드라마톡] 공항 가는 길 10회 "공항으로 가는 이유, 떠나기 위해 돌아가기 위해"

가족이 단지 사랑이고 신뢰이고 책임일 수만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 공항 가는 길 포스터 ⓒ스튜디오 드래곤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공항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는 오류 가운데 하나다. 모든 사람이 가족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설사 가족을 이루었더라도 끝내 가족에 충실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부모라고 모두가 자기의 자식을 사랑할 수 없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그저 몰아붙이기만 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면서.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약간의 상상을 더해본다. 자기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알아 버렸다. 아니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버린 뒤였다. 그런데 어찌되었거나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다. 사랑할 수 없을 것을 알면서 사랑해야만 하는 자신의 분신과 마주하게 되었다. 과연 엄마는 그런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다. 좋은 남편이 될 자신도 없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남자라면 당연히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평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도 해 보았지만 결국 어떻게 해도 자신은 그런 당연한 일들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란 사실만 확인하고 만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이 충돌한다. 더구나 하필 남들보다 심각할 정도로 자존감이 부족하다. 남들은 거의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일들을 자신만 너무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자신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너무 쉽게 포기한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악착같이 거짓말로 모두를 속여온 것일 게다. 진실을 알게 되면 자신은 버림받을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도 자신을 사랑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진실해 보이는 남자 서도우(이상윤 분)조차.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다. 오히려 서도우의 사랑을 포기하고 나서야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쉽게 서도우를 포기해 버린다. 여기까지인 것처럼. 체념에 익숙하다. 그런 순간에조차 일로라도 자신을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필사적인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최소한 그렇게라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기억해 주기를.

넓은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박석진(신성록 분) 누구보다 외로워한다. 자기가 바란 것이었음에도 혼자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밥을 먹는 것을 한심하게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 아내에게는 딱 51%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기에 송미진(최여진 분)에게는 시시콜콜한 일들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다. 하긴 그러는 것이 옳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조심해야 하고, 더구나 가족이기에 더 거리를 두어야 한다. 다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송미진에게 마음이 있다기에는 최제아(김권 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멋대로 오해하면서도 정작 전혀 질투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상상을 자극하는 이유다.

가족이 필요한 사람이다. 가족을 지키고픈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켜야 할 가족이 누구보다 절실한 사람들이다. 하필 서도우와 최수아(김하늘 분)가 처음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자기 아이의 아빠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서로의 모습에 이끌리면서부터였다. 그로부터 위로받고 있었다. 그로인해 치유받고 있었다. 그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순간에조차 서도우는 김혜원과의 관계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한다. 최수아는 서도우와의 관계를 정리할 것을 고민한다. 친구 송미진과 남편과의 사이에 의심스러운 관계가 본능처럼 지켜야 할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모욕이었다. 부부란, 그리고 가족이란 단순한 사랑이라는 감정 그 이상의 무엇이다.

처음부터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였었다. 그래서 한 편으로 기대하게 된다. 그저 흔한 불륜드라마로 끝나지 않기를. 사람이 공항으로 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떠나기 위해서, 하나는 돌아가기 위해서.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였지만 만났고 사랑했고 결혼까지 했다. 그 이상도 하지 못할 것은 무엇인가. 너무 깊게 이해해 버렸다. 사람은 결코 악한 것이 아니다. 약한 것이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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